[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우리는 자주 얘기합니다.

외모보다 성품을 보자.

학벌보다 실력을 보자.

겉보다는 속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우린 그럴 준비가 되었을까요?

지난 토요일, 매주 토요일 저녁식사는 온가족이 함께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아들녀석이 최근 바빠진 연구활동을 이유로(대덕단지로 출장간다고..) 참석 못하여 우리 3명이 맛잇는 식사하고, 아내와 딸은 살 옷이 있다면 근처 아울렛으로 쇼핑하러 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딸아이가 위 제목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말로는 외형보다 실력을 봐야한다고  떠들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실체를 파악할 안목을 갖추거나, 그렇게하려고 하는 의도 또는 노력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아내는 맞장구치고..)

"어디서 그런 걸 느꼈니?" 라는 제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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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러 가면서 아내는 아들 녀석의 경차 레x를 끌고 간 모양입니다. (아들녀석이 요새는 혼자 자주 차를 몰고 나가서 전 뒤에 아예 "sorry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를 확 붙여 놓았습니다. 아들녀석이 못 떼어내게..)  사거리에서 신호대기하다가 아내는 좌회전 신호 받아서 좌회전하고 있는데, 맞은편 차도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갑자기 하이빔을 켜더랍니다. 아내는 신호받아 자기는 좌회전하는 것이니  우선권이 아내에게 있고(갑자기 서면 뒤따라 좌회전하는 차들과의 추돌 위험도 있고), 속도상 ,거리상 순간적으로 판단이 맞은 편차보다 자기가 더 차선에 먼저 진입하게 되어 있어서 그대로 밀고 나갔고 예상대로 그 차보다 앞서서 차선에 진입했답니다. 아내차 뒤에 위치하게된 그 차는가 갑자기 아내 차옆으로 차선을 변경하고서 창문내리고  뭐라고 쌍욕을 해대는데 얼핏 듣기에 "쌩초보가 조그만차  끌고 나와서xxxxx    xxxx xxx(심의 통과가 어려운표현)"  얼핏 보기에 20대후반 또는 많아야 30대인 남자 운전사라던데...  운전경력 16년의 아내는 상대도 않고 자기 갈 길 갔다지만(나중에 아내표현, 개가 멍멍거린다고 나도 멍멍거려서야되갰냐고), 딸은 얘기하다군요. 아마 차도 경차에 뒤에는 초보운전이라고 써있지, 운전은 여자가 하지.. 그래서 그 남자가 그런 것 같은데, 아빠가 그 차를 운전하던지, 뒤의 초보딱지를 없애던지, 아니면 엄마가 엄마차나 아빠차를 끌고 나갔다면,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아내도 덧붙입니다. 자기도 아들녀석 경차를 끌고 나가면 ,자기 차 몰고 나갈때와 달리 다른 운전자들이(특히 남자들/택시들) 대하는 게 틀리다고..  우리나라는 아직 외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 딸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도 덧붙입니다. (딸은  올해초 임용고시되고 대학 졸업하면서 강남의 한 중학교로 임용된 새내기 영어교사입니다)  20대초반의 대학 갓 졸업한 선생님이 부임해 왔으니 학부모님들도 불안해 하시고,자기도 스스로가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교육에 관한한 자기는 전문가인데 아줌마 학부모들은  말의 진위를 나이로 파악하려한다고...

지난 여름에  교사 휴게실에서 잠시 동기 선생님과 쉬고 있는데, 아주머니 3분이 빼꼼히 문을 여시더니 여기서 뭐 좀 먹어도 되냐고하시더니 대답도 하기전에 자리를 펴시길래 어쩔수없이 합석하게 되었답니다.  쥬스 한잔 주시길래 얻어 마시고 앉아 있는데, 그 3명은 자기들 애기하다가 혹시 이런 것 아세요? 라는 식으로 딸아이에게 질문하다가 또 자기들 얘기로 돌아가기도 하고... 좀 있다보니 딸아이는 화가 나기 시작하더랍니다. 자기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해 주면, 그 대답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전혀 자기들 대화에 영향을 안 끼치는 것으로 취급하더랍니다(그러려면 물어 보지를 말지, 마치 넌 초보선생님이니 이런 얘기 듣고서 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배워라라는 뉘앙스가 풍기더랍니다)

3명중 2명은 중2딸을 외고에 보내고 싶어하고,한 명은 아들을 과학고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용인외고 얘기가 나오고 아줌마 3명이 열나게 얘기를 하는 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헛다리 짚고 있는 것 같아서 딸아이가 끼어 들었답니다 . 어머님들 용인외고 들어간다고 다 좋은 대학 가는 것 아니라고. 언론상의 보도와 실제는 차이가 많고(중복합격 등) 또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정도 성적으로는 용인외고 힘들다고, 만에 하나 천운으로 붙는 다고 해도 바닥만 깔고 오게 될것이라고. 그런데도 그 아주머니들은 "아니다, 학원에서 그렇게 얘기 안했다는 등, 아는 사람 아이가 용인외고 갔는데 거기서 들었다는 등  용인외고 들어가기만 하면 서울대는 따논 당상이라는 등..." 계속 무시하는 말투이길래, 딸이 얘기했답니다.

" 저 거기 나왔습니다.  중학 3년 분당의 중학교에서 전교1등하고도 거기 간신히 들어갔고,  죽고 싶을 만큼  모든 것 포기하고 공부해서 상위 10%로 졸업했지만, 서울대는 수시 1차에서 떨어지고 정시로 입학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제가 그 학교 잘 압니다. 용인외고 정말 좋은 학교입니다. 전 그 학교 졸업한게 자랑스럽고 우리 학교학생들 중에서 많은 아이들이 제 후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성취평가에서 20% 넘게 받는 A ,그것도 전과목도 아니고 몇과목에서 A받아서 갈 수 있는 그런 학교 아닙니다. 자녀분들이 그 학교를 원하시면 지금 보다는 수십배 열심히 해야할 것 입니다"  아주머니들 잠잠...

거기다가 다른 한 명에게도 돌직구 투여

"아까 말씀하시는 데 들어 보니 과학고/영재고 애기하시던데, 제  남동생이 경기과고 졸업하고 서울공대 거쳐서 대학원에 있습니다.  xx이는(아주머니 아들) 제가 영어수업시간에만 봐서 어느정도 영재성이 있는지는 제가 잘 모르겟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머리 좋다고 말슴하시고 그래서 과학고를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리면 제 동생 머리 무지 좋습니다. 물올 금상, IQ159에  경기과고 선생님들이 꼽는 머리 좋은 5명에도 들어 갈 정도로 머리 좋습니다만, 그 얘 과학고 준비하던 중학시절에 새벽3시전에 잠들어 본적이 거의없습니다. 그래도 과학고 입학성적이 30등대 였지요. 제가 담임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xx이는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진 않던데요.  그 정도 안해도 될 만큼 머리가 좋은가요?" 당혹,침묵....

그리고 이번에 개학을 해서 첫주에 진로진학부 주관 학부모회의를 하는데, 딸 아이가 사회를 봤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학부모님들이 경청하고 사회자 지시를 잘 따르는지... 주위 선생님들 께서도 왠일이야?를 연발하시고... 학부모님들이 수근대는 소리속에서  "저 선생님 용인외고- 서울대...." 라는 소리도 들리고.....

"아빠,내가 용인외고- 서울대  나온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그런 사실을 줄곧 주장햇더라도 엄마들이 이런 신뢰를 보여 주엇을까?  우리나란 아직 겉모습이 더 중요해. 말로는 실력을 보자 그러면서도 실제는 그럴 의사는 전혀없는것 같아요." 사회 생활 1년차의 딸아이가 세상에 물드는 것인지, 현실을 인식하는 것인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