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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을 잘 올리는 똘똘이들과 엄마 혈압을 잘 올리는 섭섭이들은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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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똘똘이들은 공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똘똘이들은 언제든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지요. 책꽂이에 꽂혀있는 문제집과 공책은 기준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노트필기나 프린트물도 빠진 것 없이 완벽히 정리되어 있거든요. 그 뿐 아니라 오늘 무슨 공부를 얼마나 하면 좋을지 학습계획도 머리 속에 세워져있지요. 그래서 똘똘이들은 언제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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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섭섭이들은 공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깁니다. 일단 섭섭이들은 공부할 마음을 갖는 것부터 시간이 오래 걸리지요. 그리고 공부할 마음을 가졌다 해도 책상에 앉아보면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우와좌왕합니다. 공책과 문제집은 뒤죽박죽 섞여있고, 노트필기와 프린트물도 빠진 것 투성이지요. 그래서 섭섭이들은 공부하기 전에 할 일이 많습니다. 어질러진 방과 책상 정리하랴, 빠진 노트필기와 프린트물 구하랴 정신이 없지요. 그래서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면 2~3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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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공부해도 될까 말까한데 공부준비 한답시고 몇 시간씩 날려먹고 있으니 엄마는 미치고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그러게 방정리 좀 미리 해놓으라고 했지’, ‘도대체 수업시간에 뭘 했기에 노트필기도 제대로 안했어?’라는 잔소리가 입에 멤돌지만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는 아이의 마음에 초를 치기 싫어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켜 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의 방에도 드디어 평화가 찾아오지요. ‘이제야 공부를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에 기특한 마음도 듭니다. ‘그것봐, 역시 믿어주면 되는거였는데 내가 너무 성급했나봐’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간식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방문을 열어보면.... 아~~~~ 이런 삐리리가 있나! 이 자유로운 영혼께서 벌써 침대에 누워 숙면을 취하고 계시네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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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맥이 탁 풀리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나옵니다. 열공 중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열심히 간식을 준비한 내가 미친 x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자유로운 영혼께서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애써 표정관리하고 있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네요.

‘엄마,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만 자고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서 공부할께. 내일 아침에 일찍 깨워줘!

오늘도 섭섭이 엄마는 성적보다 혈압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섭섭이를 위해 준비했던 간식을 먹으며 체중도 올라가고요.

추신 1. 아이 주려고 준비했던 간식을 씩씩거리며 먹고 있으니 지나가던 남편이 한 마디 하네요. ‘또 먹어?’..... ‘아니 이 색휘가!!! 너 오늘 잘 걸렸다. 너 죽고 나 죽자.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추신 2. 엄마 되는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처녀 때 더 실컷 놀을 껄....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