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생활정보

주화가 둥근 까닭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것”이란 말이 있다. 돈이 아닌 돈을 다루는 사람의 심성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고 인내를 필요로 한다. 반면 돈을 쓰는 일엔 즐거움이 따른다.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좋아하는 것이 인간 본성의 하나이니 돈은 끊임없이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것이다.

돈이 도망가지 않게 하려면 비상한 각오와 치밀한 계획으로 발을 꽁꽁 묶어놓아야 한다. 사람들은 먼 훗날을 위해 당장 돈을 쓰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돈을 모은다. 그러기에 저축이란 소비하고 남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뚝 떼어내 저축부터 한 다음 소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저축이란 얘기까지 있다.

성실하게 일해서 즐겁고 보람 있는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은 모두의 희망이다. 그러나 인생살이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벌어들이는 돈이 적어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해 갑자기 빚을 짊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출이 수입보다 늘어나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부채이다.

가벼운 짐도 오래지면 무거워지는 법이다. 하물며 낮과 밤, 일하는 날과 쉬는 날을 가리지 않고 이자가 불어나는 빚의 무게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일단 빚을 지게 되면 초창기에 치밀한 상환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급해 이자가 높은 사채를 쓰거나,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 막기’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다가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는 경제적인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인간의 고귀한 심성마저 파괴하는 무서운 독소를 가지고 있다. 빚이 주는 고통은 빚 독촉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와 절망감이 커져 결국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이 같은 정신 건강상의 해악은 경제적인 쪼들림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등산을 갔다가 조난을 당하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빚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상책이다. 몸에 병이 나면 건강을 돌봐주는 사람이 의사이듯이 개인이나 가정의 경제 문제를 돌봐주는 금융 전문가가 파이낸셜 플래너이다. 파이낸셜 플래너, 그 가운데서도 CFP 및 AFPK 인증자는 일정한 교육을 통해 전문 지식을 익힌 다음 자격시험에 통과한 전문성과 윤리성을 겸비한 재무설계 전문가이다.

사가 질병 치료를 위해 각종 검사를 통해 몸 상태부터 살피듯이 파이낸셜 플래너도 고객이 처한 경제적 상태, 수입과 지출의 구조 등 기초 상황부터 살핀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금리 부담이 큰 단기 부채를 장기로 돌리고, 경우에 따라 자산을 처분하게 하거나 소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토록 하는 등 다양한 구조조정안을 제시한다.

파이낸셜 플래너를 만나 부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면 그 동안 방법을 찾지 못해 짓눌렸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일어서려는 자립 의지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라면 당장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내심과 함께 희망을 가지고 차근차근 노력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돈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마음에 생긴 병은 스스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돈은 인생살이에서 필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돈은 생활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고 돈이 주는 행복도 매우 제한적이다. 돈 이외의 것, 즉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해 스스로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함으로써 맛보게 되는 따뜻한 인간애 등 훌륭하고 숭고한 가치가 많다.

그럼에도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되면 사람이 돈의 주인이 아니라 인생이 돈의 노예가 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목이 마르게 된다”는 말은 돈에 함몰되는 인생을 경계하고자 하는 경구이다.

사흘을 굶은 사람은 인생의 다른 소중한 가치보다 밥 한 그릇을 더 절실하게 생각하듯이 빚에 짓눌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당장은 돈보다 절실하고 급한 것이 없을 것이다. 절실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전부인 양 생각하고 다른 것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더라도 눈을 크게 뜨고 인생의 다른 소중한 가치를 볼 수 있어야 돈과 인생의 관계를 균형 있게 끌고 갈 수 있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조난에 빠졌을 때 가장 무서운 적은 스스로를 포기하는 좌절이다. 희망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희망을 가져야 한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파이낸셜 플래너와 함께 부채 해결의 길을 찾아냄으로써 구체적인 희망을 가지기 바란다.

“빚에서 벗어나는 자는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큰 부자가 된 사람 가운데엔 빚 때문에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많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지만 실패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몸으로 배운 모든 교훈을 철저하게 실천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