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매년 시험 기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도무지 진정이 안된다는 학부모님들의 하소연을 많이 듣고는 합니다. 특히, 특목고 입시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된 이후로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로부터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휩싸인 하소연을 참 많이 듣고 있지요. 우리동네는 교육환경이 너무 안좋아서 절대로 인근의 인문계 고등학교로는 진학시킬 생각이 없었는데 아이가 시험을 망쳐서 앞 길이 다 막혀버렸다라고요.

  중학교교육이란 것이 의무교육과정이다보니 중학교 내신시험은 학생들간의 실력을 변별하려고 하기 보다 학생들에게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라는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학습욕구를 더 끌어올려주려고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보니 매번 시험이 끝나고 나면 변별력 없는 내신시험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극심해져 가는 것 같고요. 워낙 내신시험에 변별력이 없어서 100점을 맞아도 동점자가 넘쳐나서 1등급을 못 받는다거나, 실수로 딱 한 문제를 틀렸을 뿐인데 등급이 3등급 까지 하락해버렸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까요.

  그렇다보니 아이가 단 한 번만 실수를 하더라도 특목고라는 꿈이 날아가버리고, 그와 연관되어 자동적으로 명문대 진학까지도 막혀버린 것만 같아서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지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결코 단 한 번의 시험 실수가 아이의 인생 모두를 망가트려버리는 일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 한 번 실수한 것 가지고 특목고 진학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 것도 아니며, 특목고를 가지 못한다고 해서 명문대를 못가는 것도 전혀 아니니까요. ( 막말로 고등학교 내신 날로 먹고, 대학도 수시로 날로 가자 라는 생각으로 일부로 인문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넘쳐나는걸요. )

참고 : [ 고교입시칼럼 ] 자녀의 대입을 망쳐놓는 엄마들의 잘못된 특목고 사랑
참고 : [ 고교입시칼럼 ] 특목고? 일반고? 어디로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참고 : [ 고교입시칼럼 ] 대입을 위해서는 특목고와 일반고 중 어느 쪽이 좋을까요?

  따라서 아이가 생각보다 충격적인 성적을 가지고 올지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었으니까요. 좋게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일을 중학교 때 미리 겪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왕 맞을 매를 미리 맞은 것이고, 미리 액땜 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아이의 성적과 관련해서는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제 아이가 충격적인 성적을 받아온다면 저 역시 흥분하지 않고 참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아이 역시 부모의 반응에 상당한 충격과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한 번만 잘못해도 엄마는 나에게 실망을 하고 나를 포기해버리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경우가 바로 그런 마음이 들게 되는 시기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정말 겉잡을 수가 없어서요. 어차피 엄마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꺼야 라고 생각하거나, 엄마가 화를 내며 내 꿈을 꺽어버릴거야라고 생각해서 부모에게 마음을 닫아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제가 굳이 이야기 안 해도 다들 상상이 가시겠지요?

자식 성적을 바라보면서 무조건 이성적으로만 대하며 만족할 수 있는 부모는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대단한 교육자나 성직자들 조차도 자신의 가정사에 이성적으로만은 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의 성적에 감정적으로 대했을 때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만 나올 수 있는 케이스도 단 한 건도 없을 것입니다.

참고 : [ 자녀교육칼럼 ]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특징
참고 : [ 자녀교육칼럼 ] 아이들이 엄마에게 성적을 감추는 이유

자녀의 성적이 생각보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상처 입으셨다고요? 그렇다면 이왕 맞을 매, 미리 맞았다! 액땜 했다! 라고 생각하시고 몸 속에 사리 하나 더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 아이에게 화풀이 한다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일 뿐더러, 아무리 미워도 결국은 사랑하는 내 새끼 잖아요. 성적을 잃었다고 내 새끼까지 잃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럼 오늘부터 누가 누가 사리를 더 크게, 더 많이, 더 잘 만드나 서로 서로 구경해볼까요?  ^^;;

추신. 여러분의 손에 막대기가 하나 들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앞에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있는 자녀가 있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돌에 걸려 넘어져있는 자녀에게 왜 넘어졌어? 빨리 일어나라며 막대기를 휘두르시겠습니까? 아니면 붙잡고 일어나서 다시 달려보자며 막대기를 내미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