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하시는 부모님들이 하시는 대표적인 고민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공립고를 보낼 것인가? 사립고를 보낼 것인가?'

공립고와 사립고를 부모가 원한다고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선택권은 가질 수 있다 보니 공립고와 사립고 사이에서의 고민은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에서의 고민만큼이나 흔한 고민이지요.

그렇다면 공립고와 사립고 중 어떤 학교가 더 좋은 학교일까요?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를 나누는 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학교가 더 좋은 학교다 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관심 갖는 대학진학만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공립고보다는 사립고가 대학진학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공립고에 진학할 경우 대학진학이 절대적으로 어렵다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공립고 선생님들이 문제가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단지, 대입 차원에서 공립고와 사립고의 교육시스템과 교육철학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지요.

먼저 시스템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중학교는 입시보다 전인교육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입시차원에서는 공립이냐 사립이냐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어차피 학교 내에 입시를 치뤄야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중학교는 공립이냐 사립이냐의 차이가 별로 없지요. 오히려 지역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할까요?

그러나 고등학교로 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대입은 단순히 1~2명의 선생님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학교 시스템이 충분히 지원해줘야하는 부분이지요. 특히, 대입 수시에서의 논술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전형은 다년간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 내에 그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대입 노하우 뿐 아니라 해당 학교의 교육철학과 학생들의 특성(지역적, 경제적, 학력적 특성 등), 재직교사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진학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토록 중요한 진학부장 자리를 사립고교의 경우는 대부분 해당 학교에 10여 년 이상 근무하신 선생님이 맡지만, 공립고교의 경우는 많아야 최대 4~5년 근무하신 선생님이 맡으시지요. 그렇다 보니 공립고교의 경우 진학부장이 대입노하우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할지라도 해당 학교의 교육철학 및 학생/교사들의 특성을 파악해내기 힘들 뿐 아니라(어차피 학교를 옮겨야하기 떄문에 파악하려는 노력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 파악해 냈다고 할지라도 각종 커리큘럼을 함께 구성하고 시행해 줄 다른 선생님들이 수시로 학교를 옮기기 때문에 해당 학교의 특성에 맞는 특화된 진학지도 시스템이 제대로 안착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공립고교들 중에 명문고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사립고교들이 명문고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과거에는 입시제도가 간단했다 보니 학교의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의 학습능력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입시제도가 워낙 복잡해져서 학생 혼자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에 진학지도 시스템이 더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사립고교들이 점점 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막강한 재력을 등에 업고 나타난 사립학교들의 출현 및 고교 평준화도 공립고와 사립고의 형세가 뒤바뀌는데 한 몫을 했지요. 사실 과거의 명문 공립고들은 지금의 특목고처럼 선호도가 높은 선발형 학교였잖아요. 지금으로 따지면 과학고나 영재학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교육철학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입시위주의 교육이 올바른가 그렇지 않은가는 논외로 하고) 전교조나 진보교육감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 보니 전교조나 진보교육감 휘하의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입시에 대한 지원이 적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위 대입 명문고라고 불리는 강남의 사립고들을 보면 전교조 선생님들의 비율이 공립고들에 매우 적습니다.(강남구 사립고 중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여러곳 있지요.) 교사 선발에 대한 자율권이 상대적으로 강한 사립고 재단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는 전교조 선생님들의 선발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대입성공 하나만을 바라보며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을 이주를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 상황에서 강남의 사립고들이 대입을 지양하기는 어렵겠지요.

- 참고자료-

전국 공립고 소속 교사들 중 전교조 가입비율 : 18.8%
전국 사립고 소속 교사들 중 전교조 가입비율 : 10.2%
서울  사립고 소속 교사들 중 전교조 가입비율 : 9.2%
강남구 사립고 소속 교사들 중 전교조 가입비율 : 7.0%
( 각종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학교별 참가 비율은 스쿨알리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교육이 올바른 교육이냐는 논외로 하고 단지 대입이라는 차원에서만 고등학교를 접근한다면 평준화 교육을 지지하는 진보교육감보다는 수월성 교육을 지지하는 보수교육감이, 입시교육을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보다는 입시교육에 반대하지 않는 비 전교조 교사가, 몇 년마다 선생님들이 학교를 옮겨다니시는 공립고보다는 한 번 자리잡으면 정년퇴직 때까지 선생님이 근무를 하실 수 있는 사립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진보교육감 휘하의 전교조 선생님이 많이 계신 공립고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기 때문에 학력이나 대입실적이 상대적으로 안 좋을 수 밖에 없다라는 것이지요. 대학을 잘 못 보낸다라기 보다 대학을 보내는데 관심이 적다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2011학년도 수능시험 점수를 기준으로 공립고와 사립고의 수능 언/수/외 평균점수를 산출해 보면 사립고가 언/수/외 모든 영역에서 공립고보다 영역별로 1~4점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공립고와 사립고의 2011학년도 수능시험 점수 비교 ( ☞ 바로가기 )

공립고와 사립고는 설립주체가 다를 뿐 아니라 학교별로 교육철학 및 학생/학부모들의 교육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어느 유형의 학교가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 더 좋은 교육이냐와 어떤 선생님이 더 좋은 선생님이냐의 논쟁은 끝이 없을테고요. 그렇기 때문에 자녀의 고교 진학을 고민하실 때에는 특목고 vs 일반고, 공립고 vs 사립고를 고민하시기 이전에 우리 아이를 어떠한 방향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시고 우리 가정만의 교육철학을 명확히 세워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좋은 학교냐 나쁜 학교냐의 기준은 내가 세우는 기준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질테니까요.

추신. 위 이야기는 공립고와 사립고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도록 극대화시켜서 일반화한 이야기일 뿐 모든 공립고나 모든 사립고가 위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사립고 못지 않게 입시에 열중인 공립고가 있는 반면에, 공립고 못지 않게 입시교육을 지양하는 사립고도 있습니다. 즉, 학교는 유형구분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접근할 때는 개별 학교단위로 따로 접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