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학부모교실

고교 입시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부모님들께서 지망하는 학교의 학생 정원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입학요강을 아예 읽어보지 않았거나, 읽어보았다고 할지라도 우리 아이에게 필요할 것 같은 부분만 골라서 읽었다 보니 학교의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고등학교 선택 시 매우 신중히 고려해야 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학생 정원입니다. 지방에 있는 특목고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특목고들보다 대입실적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학생 정원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지방의 공립외고들 중에는 서울의 사립외고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학교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최근 대학입시제도는 공교육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에 맞추어 내신 및 교내 수상실적 등 교내활동에 대한 반영이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선발인원을 점점 늘여가고 있는 수시전형의 경우는 교내활동에 대한 실적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요. 그렇다 보니 학생수가 적어서 내신관리 및 교내 수상 등이 어려운 소규모 학교의 경우 대입에서 좋은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 학교나 소위 공신급 아이들이 몇 명씩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제치고 교내활동 실적을 쌓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것도 학생정원이 적은 특목고에서라면 더욱 더 어렵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학생 정원에 대해서 신경을 잘 안 쓰시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대입전형에 대한 이해부족

- 고입을 준비하는 중학생 엄마 중에 대입설명회를 단 한 번이라도 다녀와 보신 분은 0.1%도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란 대학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이고, 학교의 유형과 커리큘럼에 따라 대학입시의 유불리가 천차만별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대학입시를 모르고 고등학교 입시를 대한다라는 것은 한 치 앞도 안 보고 오직 바닥만 보며 달리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이지요. 아이의 성향에 따라 공략해야 할 대학과 전형이 다른 만큼 해당 대학과 전형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경시대회, 외국어인증시험 등 외부시험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내신관리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외부시험에는 약하지만 내신관리에 강한 학생은 대입에 유리한 고교 유형이 서로 다릅니다. 외부시험에 강하다면 특기자 전형이나 수능전형을 노리고 학생정원이 적더라도 특기자 전형이나 수능 전형 지원을 많이 해주는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좋지만, 내신에 강한 학생이라면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2. 자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 대부분의 부모님들께서 '내 아이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계시지요. 어쩌면 지금 아이가 보여주고 있는 실적이 아이가 가진 능력의 최고치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아이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아이가 보여주었던 실적 중 가장 좋은 실적에 부모님의 기대감을 더한 수치를 아이의 잠재능력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하며 그 괴리가 문제를 야기하지요.

과거에는 내신 등 교내활동 실적이 아무리 나쁠지라도 수능 한가지만으로도 대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방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가능성의 폭이 매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능의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수능을 자격고사화 한다라는 것이 현 대입정책인만큼 변별력이 낮아진 현재와 같은 물수능 체제에서 수능에 모든 것을 건다라는 것은 더 없이 위험한 일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고등학교를 알아보실 때에는 해당학교의 정원도 관심있게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정원을 보실 때는 단순히 총 학생수만 보실 것이 아니라 내신산정에 구분이 되는 학생수(문과와 이과 구분 또는 국내반과 국제반의 구분 등)를 유심히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아이가 최소한 3~4등급 정도는 받아낼 자신이 있는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의 실력이 동일하다고 가정 할 때 A등급 학교에 진학해서 7~8등급을 받는 것보다, C등급 학교에 진학해서 2~3등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으로 대학입시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잠재력은 내 아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다른 아이들의 잠재력을 만만히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막연한 기대감 하나로 진학한 학교에서 공신급 학생 2~3명 때문에 졸업할 때 까지 단 한 번도 1등급을 못 받아보고 졸업할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등급을 올리는 것은 중학교에서 등급을 올리는 것 보다 5~10배는 더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추신. 서울대를 몇 명 보냈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서울대를 보낼 수 있을만한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수의 폭이 몇 명이나 되느냐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