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 자유게시판 (자녀와 ID 공유 금지)

지난 주말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종이휴지로 손을 닦으려고
앞선 母子가 손 닦고 나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5세쯤 된 남자아이가 휴지를 뽑으려는데 키가 작아
닿지 않자, 아이엄마가 휴지를 휙,휙,휙 세 장을 뽑더니
고사리같은 아이 손을 대충 쓱쓱 닦고,
대충 휴지통에 던져 넣더니
다시 휙,휙,휙 세 장을 뽑아 본인 손도 대충 닦고
휴지통에 더러워서 손도 대기 싫다는듯,
손 끝으로 던져넣고는 나가버렸다.
휴지는 좁은 휴지통 입구로 밀려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툭- 떨어졌다.

나는 늘 딸아이랑 같이 손을 씻고나면, 휴지 두 장을 뽑아
아이손을 감싸서 꼼꼼히 닦아주고 다시 그 휴지로
내 손을 닦고나면 물기도 충분히 닦일뿐더러
휴지도 충분히 젖어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게 구겨져
휴지통 안으로 쏙 들어갔었다.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그 날 광경 앞에서
나는 갑자기 작아졌다.
한 장씩 쓰라는 말을 충실히 지키는 내 자신이
소심하기 짝이 없는 <변신>속 바퀴벌레같이 느껴졌고,
자린고비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분노가 치밀었다.
세상이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듯 행동하는 그 아이엄마에게,
그 다음엔 무슨 대단한 환경 사랑이라고
남들은 저렇게 쉽게 쓰는걸, 나는 아이한테까지
다짐시켜가며 아껴왔을까 하는 억울함에.

참 별것 아닌 일에, 생각없이 행동하는(내가 보기에) 아이엄마가 비정상인가, 과하다 싶게 의미 부여하는 내가 비정상인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은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