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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강남에서 영화를 보기로 되어 있어 정말 오랜만에 강남역에 가게 되었다.

근무지에서 전철역으로 두정거장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그리 바쁘게 살아왔는지,  강남지하상가 한번 들러 보지 못하고 회사-집, 집-회사 만을 반복하는 그런 일상을 살아왔던것 같다.

강남역 지하 상가 안에서 물품 보관소를 찾는데만 10분은 걸린것 같다. 무거운 쇼핑백이 2개나 있어 보관소에 두고 다시 집에 돌아갈때 찾아가려고 이리저리 아무리 돌아다녀도 물건보관소가 보이질 않았다.  주변 상가에 물어보니 아주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충 저쪽으로 가세요. 하는거다.

그래도 방향이라도 알려주니 감사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이리걸리고 저리 걸리고, 나는 마치 시골에서 갓 상경한 시골 아줌마 같았다. 오늘따라 영화본다고 옷차림 마저 티셔츠에 바지를 입어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거기에 꺼다란 짐보따리까지.

어찌어찌하여 물품보관소를 찾았는데, 앗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용하라는 건지.

아무리 요리조리 뜯어봐도 이용방법을 모르겠는거다.

챙피함을 무릅쓰고 옆에 젊은 남자에게 사용법을 물었다. 그 청년 조용히 나를 물품보관함 저쪽 으로 데리고 가서는 은행 현금지급기모양의 기계의 버튼을 클릭하여 주었다.

에고, 왜 내 눈에는 이게 안 보인거지. 민망함과 쪽팔림에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오고.  이 청년 나를 정말 시골에서 온 줄 알겠네.  언제 보관함이 열쇠에서 이렇게 디지털화 된거지.

그래도 친절한 총각, 고마웠어요.

세상은 이렇게 눈코뜰새 없이 변하는데,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서글퍼지고 쓸쓸해지는 저녁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