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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큰아이와는 처음으로 함께 강연회를 듣게 되었습니다.

1시간 강연동안 철학적인 내용들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좋은 자기소개서작성에 관련된 강연을 들으러 간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이의 가슴에 자아에 대한 깊은 되돌아봄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엄마였기에 속으로 참 좋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팔랑귀라서 소개되어진 책들도 꼭 한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잘된 자기소개서는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회 끝나고 돌아오면서 강연 어땠는지 물었더니, 강연시작 30분 후부터 화장실에 가고 싶어 끝날때까지 참느라고 힘들었다고 하면서 그래도 강연은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했더니  열심히 랍니다.

그리고 못 알아 듣는 내용도 많았다고 하면서,  '특목고를 꼭 가야 하는건 아니지만 특목고를  준비하는 것은 필수다.  이거 엄마가 하는 말이잖아.'  합니다.

제 마음엔 아이가 소장님이 말씀하신 Who are you?를 깊이 새겨 봤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아마도 무리인것 같습니다.

근데, 그 시간동안 우리집 짜증쟁이 둘째는 집에 있었는데, 홀로 4시간동안 사투를 벌이고 있었나봅니다.  강연회 끝나고 아이와 가볍게 음식 섭취중 폰을 보니 집에서 18통의 전화가 와 있는 겁니다.

작은 아이말이  화장실에 갇혀 있다고 울면서 빨리 오라는 겁니다. 

헐레벌떡 집에 가보니,  상황은 웃을 상황이 아닌데, 내용은  웃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이가 변이 나오질 않아(일명 변비), 다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죽을 것 같다고 애원하는데,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고 하며 변기위에 앉아 있은지 4시간째인데, 일어설수도 없고, 움직일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답니다.

병원응급실까지 10분이면 가기때문에 가려고 했지만 걸을 수가 없답니다. 아빠도 없고,제가 디스크라서 중1년생을 업고갈 형편은 아니라서 우리동네 당번약국을 찾아 관장약을 사다가 관장을 했는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평상시 밥을 안 먹는 아이에게 기회는 이때다 싶은 마음에 "네가 평상시 밥을 잘 안 먹고, 짜증을 자주 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런 일이 생긴거다. 그러니, 앞으론 먹기 싫어도 꼭 밥 잘 먹어라."   아이는 두손모아 " 하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엄마 말 잘듣고 밥도 잘먹을테니, 응가가 나오게 해 주세요" 기도를 합니다.

할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였습니다.

방법은 비닐장갑을 끼고 나무젖가락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배출시키는 겁니다.  (와 완전 돌덩어리들.)

아이가 그것도 너무 아파하여 장장 30분동안 작업했습니다.

저도 온몸에 땀이 범벅이고,  아이가 피식 살짝 웃습니다.

이제 살만한가 보네. 너 맨날 식구들한테 짜증내더니만 아프니까 가족밖에 없지?, 야, 솔직히 내 자식이니까. 이거 하지. 누가 해주냐. (솔직히 부모님한테는 못할거 같아요, 자식이니까)

작은 아이 헤벌쭉 웃으며 "엄마 미안해요"  그 말 한마디에 저도 미소가 번지며 우리집은 아주 늦은 저녁을 먹었답니다.

암튼 좋은 강연 듣고 와서는 좀 더러븐 상황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뤘네요.